[과학칼럼] K-Pop과 더불어 유럽을 강타한 또 하나의 한류

2011년 6월2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한국의 대중가요 K-Pop이 프랑스 파리에 이어 팝의 본 고장인 런던에서도 인기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노래와 춤 기술로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K-Pop처럼 유럽이 원조였으나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또 다른 한국의 기술이 있으니 바로 2년 연속 유럽에서 성능평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로봇청소기이다.

지난 달 유진로봇은 자사의 로봇청소기 ‘홈런’이 독일 엠포리오 테스트 메거진에서 실시한 성능평가에서 유럽과 미국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Very Good’ 등급을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였다. 작년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탱고가 같은 평가에서 1위를 받은 후 연속 2년째이다. 엠포리오 테스트 메거진은 독일에서 발행되는 가전 3대 잡지 중의 하나로 110만명의 독자를 가진 유명 소비자 잡지인터라 가히 한국의 로봇청소기가 유럽을 제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봇청소기의 원조는 2001년 유럽을 대표하는 스웨덴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가 만든 ‘트릴로바이트’로서 당시 200만원이 넘는 고가였고 장애물을 만나면 아무데로나 방향을 틀어 구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로봇청소기는 자동 충전과 장애물 복합센싱 및 청소영역 확장 등 기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최저 30만원 대까지 떨어졌으며 그 중심에 한국의 로봇청소기가 있다. 가격과 성능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한국의 로봇청소기는 이제 서비스 로봇의 효자상품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번에 최상의 평가를 받은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홈런’은 필립스에 ODM(제조자설계생산방식)으로 납품하는 제품으로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서 ‘아이클레보 스마트’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아이클레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005년에 출시된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인데 미국 아이로봇사의 ‘룸바’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아이클레보‘는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7만여대 판매되었으며 올해에는 누적 판매대수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엠포리오 테스트 메거진의 로봇청소기에 대한 평가는 흡입력, 공간 커버율, 센서능력, 작동시간 등 16개의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홈런’은 공간 커버율과 장애물 회피능력에서 최고점을 받는 등 총점 93.1점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렇듯 한국의 업체들이 2년 연속 성능 1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지식경제부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한 지능형로봇 품질인증제도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가정용 로봇청소기가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까다로운 환경에서 마룻바닥 먼지제거 성능 80%이상, 자율이동 성능 90%이상, 자동충전 성공률 90%이상, 소음 70dB 이하 등의 세부 성능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삼성전자와 유진로봇은 각각 작년과 올해 초에 이 인증시험을 통과하였고, 이 인증 성능들은 대부분은 엠포리오 테스트 메거진의 시험 성능과 유사하여 큰 덕을 보았다고 하는 후문이다.

또한, 이 가정용 로봇 청소기의 인증 기준들은 필자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던 ‘지능형로봇표준포럼’에서 표준으로 채택된 후 KS 표준으로 공인된 것으로서 표준 개발자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하나의 결실인 것이다. 이 표준 개발자들은 지금도 한국의 로봇 청소기 인증 기준을 국제표준 규격으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표준 회의를 오가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한류를 일구어내기 위에서 숨어서 기여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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