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오바마의 산업혁신 해법은 인간친화 로봇

2011년 7월1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지난 달 24일 미합중국 오바마 대통령은 카네기멜론 대학(CMU)을 방문한 자리에서 5억 달러를 투자하는 첨단 제조업 동반관계(AMP: 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프로그램의 착수를 선포하였다. AMP 프로그램은 미국이 길고 긴 경기침체를 벗어나 세계 일등국가의 국격을 유지하고 미국인들에게 양질의 고용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첨단 제조업 육성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중심에 인간친화 로봇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저는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불씨를 당기고 세계 제조업 경쟁에서 필요로 하는 최첨단 도구들의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산업계와 대학 및 정부의 협력을 촉구합니다.”라며 AMP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가 로봇공학 계획(NRI: National Robotics Initiative)’의 설립으로서, 공장 노동자 보조자,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자, 군인, 외과의사, 우주 작업자 등 인간과 긴밀하게 일하는 차세대 로봇의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할 것을 공언한 것이다.

NRI에는 과학재단(NSF),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농무부(USDA)가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로봇연구 프로젝트에 연 7천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라 한다. NRI의 기획에 참여했던 조지아공대의 헨릭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정밀 반복 작업에 맞도록 설계된 과거의 로봇에 비해 인간과 함께 일하는 로봇은 훨씬 더 스마트하고 안전해야 하므로 센서와 구동장치 제어 등 첨단 기술을 요구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 부시대통령 집권 시절 우리나라와 일본이 인간친화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을 보고 미국 로봇분야의 한 대학교수는 미국이 국방 무인시스템에만 매달려 있던 현실을 개탄했던 기억이 난다. 오바마 정부로 들어서면서 2009년 5월 미국과학재단은 인간친화 로봇으로 가고 있는 세계 로봇시장에서 자칫 일본, 한국, 유럽에 주도권을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국가 로봇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이 분야의 투자 확대를 강조한 바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이번 NRI 수립의 모태가 되어 이제 미국도 인간친화형 서비스로봇 개발 경쟁에 대대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2007년부터 로보틱스 및 인식시스템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시민을 위한 로봇 동반자’ 프로젝트가 연간 5천만 유로의 자금이 투여될 새로운 연구프로그램의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중국도 올해 로봇분야 최대의 국제학술회의인 ICRA2011을 개최하며 막대한 시장수요를 배경으로 첨단 인간친화 로봇의 연구 개발과 상업화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세계 각국은 미래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할 인간친화형 서비스로봇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로봇의 연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로봇 연구개발 계획이 산․학․연․관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에서는 기초원천, 국책연구소에서는 핵심원천, 산업체에서는 제품화, 정부에서는 정책 연구 등 각자의 역할분담을 전제로 상호 협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 신성장 로봇산업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비교적 많으나, 산․학․연․관 연계 체계는 미흡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로봇산업 육성정책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는 단기적 실적 위주의 상용화 연구개발에 치중하여 원천기술 개발에는 여력이 없는 듯하다. 아무쪼록, 로봇 관련 정부부처의 유기적 협력 관계와 산․학․연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로봇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을 갖추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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