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로봇분야에도 불어오는 클라우드 바람

2011년 8월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국내 한 통신사의 TV 광고에서 보면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구름에서 무언가 정보를 다운 받아 유용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요즘 정보통신계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장 쉽게 설명하지 않았나 싶다.

세계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다수의 고객들에게 높은 수준의 확장성을 가진 자원들(소프트웨어, 스토리지, 서버, 네트워크 등)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컴퓨팅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2006년 그 용어가 처음 생겨난 이래 2008년 글로벌 IT 기업 CEO들이 잇달아 차기 비즈니스의 핵심 기술로 지목하면서 온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7월말 과천국립과학관에서는 로봇 상설전시장의 개관식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지식경제부 장관은 축사에서 앞으로 로봇도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앱을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의 개념이 활용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그렇다면 로봇분야에서 클라우드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지난 5월 구글사에서 투자한 로봇전문회사 Willow Garage는 로봇의 환경인식과 물체조작과 같은 많은 계산능력을 요구하는 서비스에 구글의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는 이른바 ‘클라우드 로보틱스’의 개념을 소개하고 시연을 한 바 있다. 통상 로봇이 사람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서비스를 제공할 때 혼자의 힘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여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 클라우드 로보틱스는 로봇이 스스로의 능력상 한계를 극복하도록 주위 자원들의 협조를 효율적으로 받아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보다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는 것이 그 핵심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얼굴 영상을 통해 서비스 제공 대상을 찾는다고 할 때 누군가를 알아보기 위해 방대한 각종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뒤져야 하는데 보통 로봇이 갖고 있는 자체 자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이 경우 대용량 서버와 가장 잘 나온 얼굴영상을 가진 주변 카메라를 활용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상을 찾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로봇이 자신이 돌아다니는 주변의 지도 정보와 특징적인 물체에 대한 사전 지식을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 가능한 저장 공간에 기록해 두면 로봇을 가볍게 만들어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다양한 클라우드에 정보나 지식을 담아두고 로봇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 로보틱스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용어만 다를 뿐 유사한 개념의 ‘유비쿼터스 로봇’ 기술을 우리의 앞선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중간에 구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지식경제부로 통합되면서 개념상의 혼란을 약간 겪었지만 아직도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해 온 유비쿼터스 로봇은 서버를 통하여 로봇이 센서나 IT 기기들과 연동되고 서버의 컴퓨팅 능력을 빌려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로보틱스와 기본 철학을 함께 한다. 다만, 앱을 저장해 두고 다운로드 받아 수행하거나 외부에 환경정보와 지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연동시켜 활용하는 본격적인 클라우드 로보틱스 서비스는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에서 클라우드 로보틱스를 활용해 보자는 시도는 미국 구글사를 중심으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유비쿼터스 로봇에서 쌓아 온 실력과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기술개발과 실용화에 매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 분야를 세계적으로 주도하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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