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한국 로봇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길

2011년 11월1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지난 달 말 일산 킨텍스에서는 지식경제부와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주관한 국내 로봇분야 최대의 전시회 ‘로보월드 2011’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총 420개 부스에 4일간 약 7만6천명이 내방함으로서, 지난 해 370부스에 4일간 3만8천명이 입장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일 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매년 로보월드에 개발된 기술을 전시해 오고 있어 한국 로봇산업의 현 주소를 이 전시회를 통해 파악해 왔던 바, 로보월드 2011을 다른 해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첫째로, 전시회가 양적으로 성장한 비율만큼 다양한 로봇이 등장하였다. 전통적인 제조 산업용 로봇에서 출발하여 교육용 로봇, 안내 로봇, 군사 로봇, 소방방재 로봇, 입는 로봇 등 당양한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로봇들이 선보여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특히, 청소로봇과 군사용 로봇으로 유명한 미국의 아이로봇사를 포함하여 외국의 몇 회사들이 전시에 참여하여 한국에서 불고 있는 로봇 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에 정말로 많은 회사와 연구기관들이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을 만들고 있고 그를 위해 필요한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로봇과 함께 하는 사회가 멀지 않았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둘째로, 미래 로봇 서비스에 대한 관객들의 체험 공간으로서 로봇시(Robot City)를 운영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로봇 편의점, 로봇 치과, 로봇 소방서, 로봇 공장, 로봇 유치원 등 실제 도시생활 공간을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로봇을 직접 이용하면서 그 유용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서 로봇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점이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돋보였다. 이러한 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올해 시작된 로봇 대단위 시범사업에서 중간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 로봇들의 완성도와 재현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의 서비스 요구에 대응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로봇 사용자들이 어떤 서비스와 기술을 원하는 지를 로봇 업체들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리라 생각된다.

셋째로, 다양한 로봇의 화려한 외모에 걸맞는 뛰어난 로봇 기술을 보기 어려웠다. 물론 전시회라는 것이 겉으로 화려하게 보여 눈길을 끄는데 중점을 두지만 로봇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 풀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 먼저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로봇이 알아듣는 기술과, 로봇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를 알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기술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해결책이 세계적으로도 잘 나와 있지 않다.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제약적인 공간을 만들어서라도 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번 전시회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느낌은 참가했던 많은 로봇 전문가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한국 로봇산업은 작년 1조 8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서비스 로봇은 점유율을 2008년 15%에서 2010년 20%로 늘려가며 로봇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고 머지않아 제조 산업용 로봇 규모를 뛰어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런 로봇시장의 현황이 반영되어 나타났던 것이고, 미래 로봇시장에서는 다양한 로봇의 모습보다는 로봇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완성도 있는 기술과 공감을 주는 콘텐츠의 개발과 공유! 이것이 바로 한국 로봇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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