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구글X를 통해 본 미래 원천기술의 가치

2011년 11월2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냉장고 안에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인터넷을 통해 식료품점에 자동으로 주문한다.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상차림이 소셜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집 안에서 잠옷 차림으로 쉬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로봇이 사무실에 출근한다. 자동차가 자기 스스로 운전하고 나는 자동차 안에서 게임이나 쇼핑을 즐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

지난 14일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인 구글이 캘리포니아에 ‘구글X’라는 비밀 연구소를 차려두고 앞서 말한 예와 같은 100개의 꿈같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이 연구소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다른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지난 4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기 바로 전까지 구글X에서 일했던 점에서 볼 때, 구글X는 가히 구글 유전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아직 실현되지 않고 개념적인 단계에 있지만 조만간 상품화될 아이디어도 꽤 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인기 드라마 ‘전격 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 같은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대표적인데, 레이저 거리센서와 위치센서, 비디오 카메라 등을 통해 장애물을 피하고 교통법규도 지키면서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도 하는 구글 자동차를 곧 상품화할 예정이라 한다.

로봇은 많은 아이디어들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데, 회의에 자기 대신 로봇을 참가시켜 본 경험이 있는 브린을 포함한 구글 엔지니어들의 상상력이 잘 담겨 있다. 여러 대의 로봇이 구글 지도에 들어갈 거리 모습의 사진을 사람 대신 찍는다든지 하여 구글의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로봇이 허드렛일을 거들어 주거나 사람의 원격 작업을 지원하게 하는 것 같은 아이디어들이다.

구글의 다른 곳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구글X는 로봇공학자와 전기공학자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005년 미국 국방고등기획국(DARPA)에서 후원한 무인자동차 경주대회 그랜드 챌린지에서 모하비 사막 240km 구간을 6시간 54분만에 처음으로 완주해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의 로봇공학자 세바스챤 쓰런 교수는 구글X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뉴로 사이언스의 세계적인 전문가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 교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혁신적인 비디오 게임기 키넥트를 개발했던 조니 충 리도 현재 구글X의 주요 인사들이다. 기술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글X의 행보는 혁신적인 기술 창조로 명성이 있는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Xerox PARC)와 상당히 닮아 있다. PARC는 컴퓨터 인쇄 출력기의 대명사 레이저 프린터, 컴퓨터 통신의 기반인 이더넷,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영감을 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온 세계 최고의 기업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정보통신 기술 강국이라 자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상품들은 많아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초의 제품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잘 벌기 위한 도구로만 이용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미국에서는 기업 연구소에서 미래의 꿈을 아이디어로 스케치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출연 연구소까지도 단기간 제품 개발 위주의 연구에 전력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래의 중장기 실용화를 겨냥한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인류를 위한 세계 최초의 제품을 우리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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