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로봇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다

2012년 5월1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휴대폰이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진화해도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은 음성을 벗어나기 어렵고 보조적으로 영상통화 기능이 제공되지만 데이터 통신량의 폭주로 그 사용도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는 친한 사람들이나 연인들 사이의 전화 통화에서 간혹 감정이나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사이가 어색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때 커뮤니케이션 로봇이 오해는커녕 서로간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26일 일본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는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가 개발한 커뮤니케이션 로봇 ‘허그비(Hugvie)’를 공개하였다. 이시구로 교수는 ATR의 연구실장으로도 재직하고 있는데 자신을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 ‘제미노이드’를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허그비는 물렁물렁한 소재로 만들어진 어린아이 크기의 캐릭터형 로봇으로서 끌어안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강한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휴대폰을 허그비의 귓속 주머니에 넣고 안으면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의 목소리 톤과 세기에 따라 심장박동 같은 떨림을 주는 진동기의 속도와 세기를 변화시켜 상대방에 대해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로봇의 시초는 2006년 우리나라에서 당시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이지로보틱스와 아이오테크에서 공동 개발한 유비쿼터스 로봇 시제품 ‘큐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큐보의 주요 콘텐츠 중에 하나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감성 이모티콘이 결합된 이메일을 로봇의 소유자에게 전달하면 로봇이 메일을 읽어주면서 제스쳐 등으로 감성을 표현해 주는 것이었다. 큐보는 정보 컨텐츠가 풍부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등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이 어려워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로봇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시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1-2년 전부터 스마트폰의 획기적인 보급과 성능 개선의 추세에 발맞추어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넓혀가는 로봇의 연구 개발과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통신사 중 하나인 KT는 휴대폰을 붙박이로 몸체 안에 내장한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로봇 ‘키봇’을 개발하여 인터넷을 통해 정보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로봇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대표 통신사 SKT는 지난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 행사에서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책을 읽고 노래하며 춤추는 유아용 스마트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는 컨텐츠 제공자와 소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지만 컨텐츠 유통구조가 프로슈머(컨텐츠 제공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바뀌어 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성전화기가 영상전화가 가능한 휴대폰으로 바뀌면서 시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환호하던 사람들이 이제 로봇의 촉각을 통해 감성적 교류까지도 가능해지게 되었다. 마치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영혼이 영매의 몸을 빌어 애인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처럼 로봇이 시간과 공간상으로 격리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리자 역할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사람 대신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초능력 로봇은 아직 먼 미래에나 실현 가능할 것 같다. 그보다는 현재의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을 기초로 하여 스마트폰보다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좀 더 강화한 정보 컨텐츠 로봇이 먼저 우리들 앞에 등장하여 개인용이나 가정용으로 보급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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