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디지털 스마트 교실에 필요한 아날로그 감성

2012년5월29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더불어 불고 있는 스마트 바람은 세상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생활양식을 새롭게 바꾸어 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력과 뜨거운 교육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게 아이들의 미래 학교를 스마트 교실로 바꾸어 가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지난 5월 21일부터 3일간 제5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교육장관회의가 열린 경주 보문단지 현대호텔 컨벤션홀에 ‘미래교실 테마관’을 운영하여 외국 교육장관과 관계자들로부터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미래교실에는 전자칠판과 스마트 벽이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의 책상에는 스마트 패드가 놓여 있어, 교사의 강의 내용과 학생들의 수업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므로, 교사가 반복적으로 칠판에 적거나 학생이 판서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지 않아도 된다. 교실 뒤쪽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학부모들이 참관수업을 하지 않고도 원격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업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원격 화상강의도 가능하다.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 미래 스마트 교실의 원형은 지난 3월 개교한 세종특별자치시의 첫마을 참샘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다. 세종시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첫 입주단지인 첫마을 내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올해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교육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3월23일 합동 개교식과 시범수업을 참샘초등학교에서 개최한 것이다. 이 스마트 교실에도 역시 학생 개인별 스마트 패드와 3D 전자칠판이 들어가 있어 양방향 교수 학습을 지원하게 되는데, 시범 수업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동하여 학생들이 댓글을 통해 응답함으로써 학업 집중도를 높이는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세종시 스마트 교실에서 특이한 점은 선생님의 교육을 보조하도록 키가 다소 작은 로봇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로봇은 영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 잘못된 발음을 교정해 주거나 영어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따라하는 등 보조교사 노릇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 로봇 기술의 한계로 인해 학생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감성적 교감을 이루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MBN의 보도는 스마트 교실의 콘텐츠가 잘 만들어진다면 우리 마음 속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여 큰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염색체 이상으로 근육이 줄어드는 병에 걸린 초등학생 잭이 로봇을 대신 등교시켜 원격 조정을 통해 친구들과 나란히 수업을 받아,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의 모니터 화면에는 잭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고 로봇이 잭의 역할을 대신하므로 잭은 마치 교실에 있는 것과 다름없이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로봇은 인간을 대신하여 행동할 수 있으므로 다른 장치에 비해 볼 때 아날로그적 감성 교감에 더욱 적합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

세종시가 말하는 스마트(SMART) 교육은 자기주도적(Self-directed)이고 흥미로우며(Motivated), 수준과 적성에 맞고(Adaptive), 풍부한 자료(Resource enriched)와 정보기술을 활용(Technology embedded)하는 교육이다. 미래의 확장형 스마트 교실(SMART-E)은 아날로그적 감성(Emotional)이 더욱 강조된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스마트 교실에는 이제 무선통신과 각종 디스플레이 및 로봇으로 대표되는 인프라가 막 갖추어지고 이를 활용하는 아주 기초적인 콘텐츠만 만들어져 있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 스마트 교실을 위해 만들어질 콘텐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삭막한 디지털 기기들 사이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콘텐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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