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미래 서비스 로봇에도 표준이 중요한 이유

2012년 6월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기기나 장치들이 표준규격을 따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것을 상상해 본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220V 전원을 연결하는 콘센트의 표준규격이 없다면 냉장고나 밥솥을 만드는 회사별로 콘센트 형태가 다 달라져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많이 쓰는 휴대폰의 통신규격이 회사마다 다르다면 해당 회사의 제품을 갖고 있는 사람들하고만 통화가 가능하게 된다. 생활에 활용되는 모든 제품에서 표준이 없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모바일 정보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도 기술표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1980년대 말 이동통신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하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중심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상용화하고 표준화하는데 힘입어 우리나라는 2세대(2G) 이동통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이어서 영상전화와 인터넷이 융합된 3세대(3G)의 W-CDMA와 초고속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4세대(4G)의 LTE(Long Term Evolution)에 대해서도 국제공인 표준기관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기술개발과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표준 활동이 이동통신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갖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필자는 지금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OMG(Object Management Group)라는 국제단체 표준회의에 로봇분야 표준위원회 공동의장의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2개 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는데, 로봇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방법에 관한 표준과, 로봇이 사람과 상호작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능에 관한 표준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상호작용 서비스에 관한 표준의 경우 이번 회의에서 우리와 일본이 협력하여 만든 최종안이 승인되어 국제표준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로봇에 관한 표준은 지금까지 국가표준(KS)이건 국제공인표준(ISO)이건 제조업에 뿌리를 둔 산업용 로봇에 치우쳐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청소로봇과 수술로봇 등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서비스 로봇에 대한 성능과 안전성 등에 대한 표준화 활동이 국내외 표준단체와 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비스 로봇 중심의 국내 표준화 활동은 2006년부터 당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협동하여 지능로봇표준포럼을 출범하면서 활발해졌다.

이제는 지능로봇표준포럼을 통해 만들어진 몇 개의 표준들이 국가표준과 국제표준으로 만들어져 국내 로봇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청소로봇의 성능표준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국내 전문가들이 지능로봇표준포럼과 국가표준을 기초로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로봇업체들은 미리 정해진 성능표준에 근거해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 결과 세계 최고수준의 가전 잡지로 인정받는 독일 엠포리오 테스트 매거진이 실시한 성능평가에서 한국의 로봇청소기가 최근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는 서비스 로봇으로 대표되는 미래 로봇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분야로 기대되어 표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분야에서 미국의 3대 회사에 주도권을 내주고 하드웨어 중심의 비즈니스에 전력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상기해 보면, 미래 시장 잠재력이 큰 로봇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표준 기술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특히, 다양한 서비스에 로봇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의 표준 확보는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 주도권을 차지하는 기반이 되므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