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자동차 다음은 로봇이다.

2009년9월2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지난 9월 11일 로봇 산업계에서는 매우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현대자동차/현대로템이 공동주관한 “국내 로봇산업 추진방향 및 로봇기술 현황에 관한 전문가 초청 워크샵“이 바로 그것인데, 세미나 자체 내용 보다는 현대자동차가 로봇산업에 뛰어든다고 공표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무인자동화 공장에서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데 새삼 무슨 이야기지?“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공장자동화에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는 입장이었지 로봇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도 없었던 터라, 이러한 출사표가 필자를 비롯한 로봇 전문가들에게는 꽤 반가운 일로 다가왔다.

사실, 로봇분야에서 가장 앞선 일본의 경우 꽤 오래전부터 자동차회사에서 새로운 로봇을 만들며 미래 로봇제작사로서의 영역확장을 준비해 오고 있다. 1997년 혼다는 10여년간 비밀에 부쳐졌던 독자적인 인간형로봇(휴머노이드) 연구개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우주인을 빼다 박은 모습으로 당시 기술수준으로 상상하기 어렵던 혼자서 계단 오르내리기도 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지금은 “아시모”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현재 뛰어 돌아다니는 수준에 와 있지만, 혼다는 자사의 기술 마케팅에 이 로봇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한편,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인 토요타는 2006년 아이치 박람회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파트너 로봇으로서, 무대로 나와 트럼펫을 연주하는 휴머노이드와 두다리로 걷는 개인운송로봇 “아이풋“ 등 2종을 발표하였다. 이후 토요타는 더 발전된 기능의 로봇을 매년 선보여 오고 있으며, 개인운송로봇의 경우 바퀴형으로 바꾸어 내년도에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막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컴퓨터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과 시장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대한 표현으로 “2년에 두배 증가“를 나타내는 무어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청소로봇과 교육 및 오락 로봇 등 생활 서비스용 가전로봇의 경우, 1996년부터 2000년까지 70만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백만대가 세상에 나왔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천만대가 더 나올 예정이다. 즉, 가전로봇만으로 볼 때도 5년에 10배 성장하는 꼴로 반도체 분야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수준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세계인구와맞먹는 규모의 생활 서비스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미래 생활 속 서비스로봇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 로봇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공장자동화를 위한 제조업용 로봇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세계 5위권에 있다. 서비스로봇 산업은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단지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누가 잘 확보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제조업용 로봇에서 얻은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5-6년간 신성장동력원으로 지능형로봇 기술과 산업을 발전 육성시켜 온 바, 서비스로봇 분야에서는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여 로봇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유비쿼터스 로봇에 대한 기술과 산업화 시도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최근 우리나라의 진보된 기술의 바탕위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표기업의 산업화 노하우가 결합이 된다면, 향후 자동차산업 규모를 능가할 정도의 성장이 예상되는 로봇산업에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기분 좋은 미래는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This Post Has One Comment

  1. 홍재호

    10년이 지난 2021년 테슬라는 세계 최대의 로봇회사라고 일론 머스크는 공언하고,
    현대자동차의 3세대인 정의선회장은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했습니다.
    앞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UAM으로 모빌리티(로봇입장에서는 로보틱스) 회사가
    현대모터그룹의 미래라고 공언하고 있네요.
    자동차 다음은 로봇이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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