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진화하는 기술로 성장하는 로봇산업

2010년 1월2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2020년 1월20일 동아일보 “[시론] 반도체보다 빨리 크는 가전로봇시장”으로 편집 게재된 원본 칼럼임)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인간형로봇 ‘마루‘가 구운 토스트와 전자레인지 안의 컵을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작업을 시연해 보여, 미래 가사도우미 로봇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공상과학 속의 로봇에 더 친숙한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직 답답한 수준이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인간형로봇에서 정밀 위치제어 기술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로봇이 인간 생활 속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일본 소니사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에 의해서다. 이후 생활 서비스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 일본의 혼다, 토요타, 미쓰비시 등 자동차회사들은 ‘아시모’, ‘트럼펫 파트너’, ‘와카마루’ 등 인간형 로봇 시제품을 내 놓았으며, 일본 굴지의 가전회사들은 가정용 파트너 로봇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며 생활 서비스로봇 시장의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이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지정된 이래, KAIST의 ‘휴보’와 KIST의 ‘마루‘로 대표되는 인간형로봇이 개발되었으며, 정보통신기술(IT)을 로봇과 접목한 생활 밀착형 유비쿼터스 로봇도 산학연 협동으로 개발되어 다양한 서비스분야에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의 지원 하에 국내 로봇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 안전시설의 감시경계 로봇과 수술용 의료로봇 및 교육용 로봇에 대한 실용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청소와 교육 및 오락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전로봇은, 세계적으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70만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백만대가 세상에 나왔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천만대가 더 나올 예정이다. 즉, 가전로봇 시장은 5년에 10배 성장하는 꼴로 반도체 분야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파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세계인구와 맞먹는 규모의 생활 서비스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미래 생활 서비스로봇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등장한 대부분의 가전로봇들은 바퀴로 이동하며 날씨 및 교통정보, 가전제품 원격제어, 원격영상감시 등 기초적인 수준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고, 기능대비 가격이 높아 상품으로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성공적인 생활 서비스로봇은 로봇청소기와 단순 동작형 완구로봇 정도이다. 그러나,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과의 융합과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 실용화가 이어지며 생활 서비스로봇은 미래 로봇 산업의 주류를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로봇 산업에서 떠오르는 기대주는 수술용 로봇이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는 ‘다빈치‘라는 수술로봇을 개발하여 2000년부터 보급해오고 있는데, 오늘날 세계적으로 1000대 이상이 보급되어 있고 회사의 매출액은 연평균 60%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회사도 정형외과 수술로봇의 독점적 기술을 매입하여 미국 FDA 승인을 얻어내고 다빈치의 신화를 이어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로봇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은 공장자동화를 위한 제조업용 로봇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세계 5위권에 있다. 서비스로봇 산업은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단지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누가 잘 확보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노력으로 서비스로봇 원천기술들을 조기에 확보한다면 미래 자동차산업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로봇시장을 우리나라가 주도하게 됨은 물론 우리의 삶의 질도 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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