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과학기술 분야 국가연구기관들의 제자리 찾기

2010년 12월2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과학기술분야 국가연구기관은 무엇하는 곳인가요?” “신분은 공무원인가요?” “어느 정부부처에 속해 있나요?”

필자가 17년여 동안 KIST와 ETRI 두 연구기관에 재직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이다. 이들 과학기술 분야 국가연구기관들의 정확한 명칭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고 설립과 운영은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르며 현재 세부 분야에 따라 19개 출연연이 있다. 국가의 연구개발 수요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출연연의 주 업무는 정부부처에서 기획 공모하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따갖고 와서 수행하는 일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고 법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운영되는 독립법인의 소속으로 되어 있으며 특정 정부부처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출연연 소속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계속 건드려져서 안정적인 연구 활동에 지장을 주어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연구회 소속이던 것이 참여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 산하로 되었다가 현 정부에서는 산업기술과 기초기술 두 분야로 나누어 각각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하로 보내졌다. 문제는 현재 출연연이 특정 정부부처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방향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 없이 정부부처별 수요만을 좇아 산업체 또는 학계와 경쟁하며 단기적 실적위주의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우려이다.

이러한 와중에 올해 연말에 와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 과학기술의 콘트롤타워로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를 상설행정조직으로 승격시키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는 과총(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 과실연(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등 과학기술분야 단체들에서 발표한 2010년 과학기술 10대 뉴스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관심이 높았던 사건이다.

내년 4월부터 출범하게 되는 국과위는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범부처 과학기술정책을 연계ㆍ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2012년부터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배분ㆍ조정, 평가ㆍ성과관리 등 R&D 전 주기를 총괄 조정하게 될 것이다.

당초 19개 출연연을 국과위 소속으로 하는 것도 법안에 포함시키려고 했으나 출연연 개편논의와 맞물려 시간을 요하는 사항이 되어 차후 결정사항으로 미루어졌는데, 현재 12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출연연 선진화 추진단’에서 소속 및 구조개편 방안이 논의 중이다.

국가 과학기술 콘트롤타워가 가동된다면 출연연은 당연히 그 소속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르면 2012년까지 GDP의 5%를 국가 R&D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막대한 R&D 예산에 대한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국과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안에서 출연연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과위의 국가과학기술 정책수립에 있어서 출연연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현재의 산․학․연 경쟁적인 단기적 연구개발 체계에서 탈피하여, 산․학․연이 협동하여 미래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선진화를 이루어 낼 토양이 신설되는 국과위를 중심으로 잘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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