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로봇 대단위 시범사업 착수의 의미

2011년 2월11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지식경제부를 포함한 7개 정부부처는 지난 27일 로봇 융합시장 선점을 위한 ‘범부처 로봇 시범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 플랜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업 당 1억~2억원에 그쳤던 상용화 지원의 성격에서 탈피하여 지원규모를 사업 당 20억원까지 늘리면서 향후 3년간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공공수요를 갖는 관계부처 사이의 상호 협조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차세대 신성장동력의 유력주자인 로봇의 시장 활성화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5년 전 구 정보통신부에서 추진되었던 국민로봇사업도 이렇듯 대단위의 시범사업으로 전개되었었다. 4종의 가정용 로봇과 2종의 우체국 도우미 로봇으로 시작하여 유치원 교사 도우미 로봇, 공공시설 안내 및 감시 로봇 등으로 응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던 중, 과학기술 관련 정부부처 통폐합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린 아쉬운 기억이 있다. 그리 큰 성과를 내지 못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로봇기술의 완성도 부족과 기술 공급자 중심의 사업 추진에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려운 로봇 기술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 접목을 시도하며 사업 장애요인들을 찾아내려는 의지는 선진 로봇강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였고, 현재 로봇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올해 상반기부터 출범하게 될 로봇 시범사업에서는 교육, 중소제조, 상수관, 소방, 국방, 의료, 농사 등 7개 분야에 대해 정부 수요부처들이 사업을 주도해 가기로 하였으며, 다른 공공․민간 분야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자유공모 사업도 추진하기로 하였다. 지식경제부는 이를 통해 2018년까지 3조6000억원 규모의 국내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민로봇사업에서의 교훈에 비춰볼 때 성공을 위해 몇 가지 꼭 짚고 가야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시범사업을 통해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범사업은 기술개발 결과물의 전시홍보장으로만 인식되어온 경향이 있어, 시범사업 이후에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향후 지속적으로 로봇시장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 시범사업은 로봇 수요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요구조건에 따라 공급자들이 사슬처럼 연결되는 이른바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를 시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시범사업은 로봇 연구개발 사업과 연계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지식경제부가 주관하고 있는 로봇 연구개발 사업은 연간 700억원 규모로 산업원천기술, 부품소재, 로봇기술융합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고, 특히 로봇기술융합 분야 연구개발은 조기 상용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시범사업이나 연구개발이나 모두 로봇산업을 잘 키워보자는 뜻에서 계획된 것이니 만큼, 연구개발 성과들이 상용화의 전단계인 시범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함은 당연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셋째,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로봇 중견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 방송용 셋톱박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벤쳐기업 ‘휴맥스’가 작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중견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노래방 자막기를 만들며 TV용 셋톱박스 기술을 꿰뚫었고, 셋톱박스 관련 비즈니스에 집중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낸 결실인 것이다. 현재 국내 최고 로봇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200억원 내외로 아직 부족하지만, 더욱 로봇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성장의 튼튼한 토양을 만든다면 로봇 분야에서 연간 1조원 매출의 중견기업이 여러 개 나올 법도 하다.

정부의 강력한 로봇산업 육성의지를 발판 삼아 로봇분야의 종사자들이 모두 합심하여 연구개발에서 시범사업과 사업화에 이르는 선순환 고리를 튼튼히 함으로서 첨단산업 경쟁의 세계 속에서 로봇강국 대한민국의 신화를 이룩해 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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