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위기의 카이스트, 생각의 틀을 바꾸자

2011년 4월1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조영조

올해 들어 벌써 4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아쉬움을 주고 있다. 어려운 입시 관문을 뚫고 들어가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큰 기쁨과 자랑거리였던 뛰어난 영재들이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사라져 가야했던 모습을 지켜보며 동문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이 사건을 통해서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개혁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슈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등제와 100% 영어수업으로서 카이스트를 글로벌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올려놓았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는 경쟁시스템이다. 특히, 등록금 차등제는 기본적으로 등록금은 무료지만 학점평점 3.0이하의 학생들에게 차등적으로 등록금을 부과하여 2.0이하의 학생들에게는 750만원이 되는 등록금 전액을 부과하는 제도로서 이번에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어 폐지하기로 결정이 나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사건들을 경쟁시스템을 도입한데 따른 폐해로만 몰고 가 서총장의 퇴진 운동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등록금 차등제를 볼 때,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업을 등한시 하여 국가에 기여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학자금을 국가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이다. 더구나, 카이스트는 2007년까지 과학기술부 소속의 특수대학으로 등록금 전액면제라는 특혜를 받아왔으나, 2008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어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면서 다른 대학들과 같은 정부부처 소속이 된 후에도 특혜를 계속 인정받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다만 카이스트 측에 대한 아쉬운 생각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이해시키는 과정 없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점이다.

이번 카이스트 사태를 바라보며 등록금 차등제의 폐지 같은 단편적인 대책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학교, 학생, 학부모 등 관련 당사자들에게 두 가지 생각의 틀을 바꿀 것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카이스트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소정의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성적에 따라 차등적 등록금제가 아닌 차등적 장학금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즉, 학업을 위해 등록금은 기본적으로 납부하는데 카이스트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니 장학금으로 보상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제도에서 추구하는 경쟁의 방향을 부정적인데서 긍정적인 쪽으로 전환시키면서 다른 대학들과 공정성 시비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둘째, 과학기술의 기반은 수학이나 기초과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카이스트 학부과정의 과학고 출신비율은 70%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문학에 거의 담을 쌓고 있던 친구들이다. 더구나, 학부에 들어오면 과학고에서 배운 기초과학 지식을 다 아는 것으로 가정하고 고등 과학기술 교육을 시키고 있어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과학고 출신 학생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밤새우는 적이 많다고 한다. 학부 신입생조차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과 극복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시적인 시련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여 좌절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작업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들이 공유될 때 가능하게 된다. 지금까지 카이스트 개혁을 보며 그 방향에는 공감하나 일방적인 추진 과정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결국 어떠한 좋은 생각과 제도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아울러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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